인재교육이 바로 장수비결
버블경제 붕괴 이후 선진국을 중심으로 장수 기업들이 새롭게 조명받고 있다. 주목되는 점은 이들 장수 기업 대부분이 가업 경영을 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길게는 수천 년에서 짧게는 수백 년의 역사를 지닌 이들 기업은 조상인 창업자의 기업정신을 이어받아 명성을 이어가고 있다.
현재 일본에는 200년 이상 된 장수 기업이 2500여 개로 세계 전체의 40%에 달하고 있다. 그런데 이들 중 상당수는 가업 경영 기업이다. 특히 가업 경영 기업은 전문 경영인 기업보다 인재 교육방식이 남다르고, 실적도 우수한 것으로 나타나 눈길을 끌고 있다. 이익잉여금이 총 자산에서 차지하는 비율을 보면 도쿄증시 1부에 상장된 기업 상위 20개사 중 17개 사가 가업 경영 기업이다.
이런 현상은 비단 일본에서만 벌어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유럽과 미국에서도 가업 경영 기업의 실적이 좋다는 사실이 속속 밝혀지고 있다. 따라서 이른바 패밀리 비즈니스를 공부하려는 학생들이 늘고 있는 추세다.
장수기업들을 전문적으로 연구해 온 일본의 경영전문가 히라마쓰 요이치씨는 가업형 장수기업에 대해 기본적으로 두 가지 조건이 충족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2대 이상 계승이 존속되어야 하며 판매방식을 비롯해 고객과 상품에 대해 자신만의 고유한 특성을 갖춰야 한다는 것.
히라마쓰씨는 이런 가업 경영 기업이 오랜 세월 생존할 수 있는 가장 큰 비결로 남다른‘인재 교육
방식’을 꼽고 있다. 인재는 기업을 이끌어 나가는데 가장 큰 자산이기 때문이다. MS·HP·GE·도요타·소니 등 세계적인 기업일수록 인재육성에 적극적인 투자를 하고 있다.
수백 년 간 지속해 온 가업 경영 기업들은‘인재’를 길러내는데 나름대로의 비결과 독특한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히라마쓰 요이치는 “오랜 시간 존속해 온 기업일수록 직원들에게 단순히 기술만 가르쳐 일을 시키지 않는다”며 “기본자세와 정신을 가르치고, 그 속에서 일을 통해 자신의 삶을 구현할 수 있도록 이끌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그는“실제로 버블경제 붕괴 이후 젊은 인재들이 수백 년 간 대를 이어온 가업 경영 기업으로 몰리고 있다”며 “이는 인재를 중요시하는 일본 사회에서 가업 경영의 가치가 인정을 받고 있는 한 증거”라고 강조했다.
기네스북 선정 最古 여관 호우시
엄격한 종업원 교육이 最高 비결
일본 이시가와현에 위치한 호우시(法師) 여관의 직원들은 매뉴얼 따위에 의존하지 않고 잘 모르는 부분이 있으면 바로 선배에게 묻는다. 질문을 받은 선배는 단순한 이론을 설명하는 것이 아닌 왜 그렇게 해야만 하는지를 가르친다.
호우시는 718년에 창립해 현재 1300년의 역사를 지니고 있는 일본에서 가장 오래된 전통 여관이다. 현재 창업자의 46대 손인 호우시 고로씨와 부인 찌코씨가 운영하고 있다. 호우시는 기네스북이 선정한 세계 최고 명품 숙박업으로 그들만의 전통 격식을 지키고 있다.
고로 사장은 “‘기회는 한 번뿐’이라는 신념을 갖고 항상 초심을 잃지 않는 마음으로 선조들의 장인정신을 발휘하고 있다”며 “고객의 입장에서 바라보고 판단하며 개선해 나가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때문에 고객을 직접 대하는 호우시에서는 종업원의 교육이 엄격하다. 한 예로 호우시의 여성 종업원은 고객에게 제대로 된 서비스를 하기 위해 꿇어앉는 자세나 장지문을 여닫는 교육부터 받는다. 손님을 맞이할 때 꿇어앉은 자세에서 장지문을 여닫으며 손님을 맞이해야 하기 때문이다. 또한 기본 복장으로 일본 전통의상인 기모노를 입은 채 요리를 나르며 서비스해야 하기 때문에, 서구화된 현대 사회에 있어 이런 훈련이 몸에 익숙해지려면 한두 달 이상은 걸린다고 한다.
호우시는 일본 고유의 전통이 담겨 있다. 태징대사의 온천, 저택 구조의 귀빈실, 수많은 고미술품 등 진품이 전시되어 있다. 저택 구조의 귀빈실은 봄·여름·가을·겨울의 문이라고 하는 네 개의 문으로 구성, 그 한가운데에는 저택 구조의 귀빈실이 자리 있어 특이하다.
뿐만 아니라 요리 하나에도 장인정신이 담겨 있다. ‘뜨거운 요리는 뜨거울 때, 차가운 요리는 차가울 때’ 가 기본 원칙이다.
고로 사장은 “가업 경영 기업들은 다른 어느 곳보다 뚜렷한 목적의식을 갖고 있어야 한다”며 “가문을 걸고 자신의 분야에서 최고가 되기를 원하며 쉬지 않고 자기 계발에 매달려야 한다”고 말했다.
400년 된 음식점 헤이하치차야
요리사도 리더십 없으면 퇴출
“400년 동안 수많은 우여곡절을 겪은 것을 생각하면 최근 잃어버린 10년은 아무 것도 아니다. 살아남기 위해 업종은 놔둔 채 업태(業態)에 변화를 주며 끊임없이 노력했다.”
교토에 위치한 헤이하치차야(平八茶屋)의 20대 손인 소노베 헤이하치씨의 말이다. 이 곳은 1576년 창업해 400년의 역사를 지닌 음식점이다. 헤이하치차야는 창업 당시 인근 지방에서 수확된 과일과 차 등을 내놓는 찻집이었다. 그러던 중 시대가 변화하고 서민들이 외식하는 습관이 유행하게 되자 선조들은 각 시대에 맞는 요릿집으로 변화를 줬다.
그리고 400년이 지난 현재는 보리밥과 도로로지루 도미요리 등 건강에 좋은 요리를 선보이고 있다. 때문에 400년 동안 전쟁과 같은 위기 상황에서 음식업종으로 살아남을 수 있었다고 헤이하치씨는 얘기한다.
헤이하치차야에는 선후배 상하관계가 매우 엄격하고 군기가 세기로 유명하다. 일단 요리사는 8단계로 구분되어 있다. 요리사가 되기 위해 아래 단계에서 2∼3년 간은 물품 구매 등 잡일을 한다. 생선회를 뜰 수 있을 때까지는 적어도 5년이 걸린다. 하지만 여기서 교육이 끝이 아니다. 단순한 요리 실력을 뛰어넘어 천부적인 요리에 대한 감각과 전체 직원들을 이끌어 갈 수 있는 리더십과 식품의 품질, 위생에 대한 관리 능력까지도 익히게 된다.
무엇보다 헤이하치차야에는 신입 때 요리에 대한 교육 이전에 먼저 사회인으로서 갖춰야 할 기본자세에 대한 교육을 철저히 시킨다. 다름 아닌 대답하는 교육이다. 때문에 헤이하치차야에는 내로라 하는 사회 유명인사들도 일류 요리를 먹으며 그들과 대화해 보기를 원할 정도라고 한다.
헤이하치씨는 “어떤 사회건 결과만 좋으면 만사가 오케이라는 방식으로는 기업이 상장하기 힘들다”며 “단기간 일화천금을 꿈꾸기보다 지속적으로 기업이 성장하며 나아갈 수 있도록 하는 노력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두 번 燒失에도 살아남은 긴자구노야
항상 새로움 추구한 게 생존 비법
전문화 시대에 한 분야를 추구하는 젊은 세대들이 기모노 소품 전문점인 긴자구노야에 몰려들고 있다. 이곳에서 특별한 노하우를 배울 수 있기 때문이다.
1837년 실 도매상으로 창업한 긴자구노야는 두 번 소실의 아픔을 겪어야 했다. 1923년 관동대지진과 1945년 도쿄 공습으로 사옥과 물건이 다 불타버리고 남은 건 기술뿐이었다. 하지만 1년 후, 기술을 살려 한발 새롭게 걸음을 내딛고 현재 전통의상 소품 크리에이터&코디네이터로 발전해 왔다.
긴자구노야에서는 무엇보다 ‘창의성’을 중시한다. 만들어지지 않는 것, 아직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것을 발견해 내 수 있는 능력을 중시한다. ‘제품은 모방해도 기술의 창의성은 모방할 수 없다’는 게 니시무라 사장의 생각이다.
때문에 지금까지 살아남을 수 있었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니시무라 사장은 “오래된 기업이라고 해서 낡은 방식만 추구하는 것이 아닌 새로운 것을 추구해야 한다”며 “항상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내는 창의성을 갖고 있어야 장수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긴자구노야가 창의성을 발휘하는 데는 남다른 이유가 있다. 긴자구노야의 철저한 조직성이다.
조직을 잘 운영하기 위해 ‘보고-연락-상담’을 매일 같이 반복한다.
니시무라 사장은 “정보에 대한 전달을 중요시 한다”며 “고객 요구를 파악하기 위한 것뿐 아니라, 고객의 요구사항을 들으면 오히려 모든 것은 고객이 가르쳐 주는 경우가 나오기 때문”이라고 성공 비결을 얘기했다.
아사히신문 경제부 기자가 본 가업경영
주주 눈치 안보는 추진력이 강점
규모 커지면서 개혁 고삐 느슨해질 수도
며칠 전, 초등학교2학년 아들이 ‘자동차 플라모델을 만들고 싶다’고 해서, 모형가게에 갔다. 한국에서는 플라모델을 별로 볼 기회가 없었기 때문에 가게를 찾아내는데 고생했지만, 그 가게에는 내가 어렸을 때 만들었던 것들이 많이 있었다. 즉 일제 플라모델이 가득 있었던 것이었다. 그리고 부품 코너에는 그리운 ‘마부치 모터’가 놓여져 있었다.
마부치 모터는 1954년, 종업원 10명 정도가 되는 작은 공장에서 시작했다. 당시부터 지금까지 만들고 있는 것은, 단 하나뿐. 민생용 소형 모터다. 단지 용도는 장난감에서 AV가전기기 등이지만 다방면에 걸쳐 높은 이익률을 자랑한다. 민생용 소형 모터 부문의 세계 셰어 60%를 차지하는 글로벌 기업이기도 하다.
마부치는 가업 경영 기업에서, 그러한 좋은 점이 발휘된 대표적인 예다. 경영자의 적확한 경영 판단, 강한 리더십에 의해, 무리한 다각화를 추진하지 않고, 경영 자원을 집중할 수 있었던 점이 부각된다.
가업 경영, 친족 경영이라고 하면, 부패, 기업통치의 불투명함, 세습이라고 하는 문제점들이 곧바로 생각난다. 장래의 사장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인사가 경직화되거나 사원의 사기가 저하되는 폐해도 있다. 그 반면에, 강점이 있는 것도 사실. 민첩한 경영 판단이나, 사내의 결속력 등을 들 수 있다.
그리고 일반 기업에 없는 최대 특징이라고 한다면,‘장기적 안목’과‘사회에 대한 공헌의식’일 것이다.
투자에 대해서도 인재육성에 대해서도, 일반 기업은 주주의 눈치를 봐야 하지만, 가업경영에서는
경영자의 비전에 근거해, 수 년 후, 혹은 수십 년 후의 모습을 그릴 수 있다.
경영자가 사회공헌에 대한 의식이 높은 경우가 많아, 사원 전체가 사회를 위해 일을 하고 있다는 의식이 고양되기 쉽다. 월급이라는 돈만으로 결합된 관계보다 사회를 위해 도움이 되고 있다는 의식에 의한 조직의 결속력. 뭐든지 돈이라고 하는 배금주의가 횡행하는 현대 사회에서는, 이러한 사회공헌의 의식이야말로 기업의 진정한 힘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단지 기업의 규모가 확대되어, 가업경영이 길게 지속되면 폐해도 나온다. 최근 일본에서는, 전기부문 대기업인 산요전기가 일족 경영을 고집하는 바람에, 경영 개혁이 늦었다는 비판이 나오는 게 한 예다.
'현명한 직장생활 > 경영과 경제' 카테고리의 다른 글
팝스애드생각_영업직을 무시하지 마라 (0) | 2017.10.19 |
---|---|
서브웨이(Subway) 창립자가 말하는 사업성공 지침서 (0) | 2017.10.18 |
창업할때 절대 주의해야 할 10계명 (0) | 2017.10.16 |
해박한 전문지식은 창업성공의 밑거름 (0) | 2017.10.13 |
처칠에게 배우는 리더십 (0) | 2017.09.07 |